진화한 사발렌카... 파워에 안정감까지 더해 호주오픈 2연패
결승서 정친원에 2-0 완승
'7경기 무실 세트 우승' 성과
US오픈 대비 자책성 범실 10개 감소
정신력·경기운영 능력도 급성장
아리나 사발렌카가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정친원을 2-0으로 제압한 후 우승컵에 키스를 하고 있다. 멜버른=AP 연합뉴스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는 장단점이 극명한 선수다. 신장 182㎝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를 앞세워 상대를 쉽게 찍어 누르지만, 때로는 결정적인 순간 정신력이 흔들리며 실수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의 강점과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가 지난해 9월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이다. 당시 그는 코코 고프(4위·미국)를 상대로 서브게임과 리턴게임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으며 1세트를 따냈지만, 연이은 범실로 역전패했다. 그가 기록한 언포스드 에러(자책성 범실)는 46개로, 고프(19개)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았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코트를 떠난 그는 분에 못 이겨 대기실에서 라켓을 때려 부수기도 했다.
그랬던 사발렌카가 불과 4개월 만에 달라졌다. 그는 27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에서 정친원(15위·중국)을 1시간 16분 만에 2-0(6-3 6-2)으로 깔끔하게 제압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2년 연속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11· 2012년 우승한 빅토리야 야자란카(22위·벨라루스) 이후 11년 만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 세트’ 우승을 달성했다. 기존의 공격일변도 전술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탑재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아리나 사발렌카가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전매특허인 강력한 포핸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사발렌카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언포스드 에러다. US오픈 당시 경기당 평균 26.4개에 달했던 사발렌카의 언포스드 에러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16.8개로 줄었다. 세계 톱랭커치고는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지만,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유지한 채 평균 10개에 달하는 실책을 줄였다는 점은 분명 유의미한 변화다.
동시에 한결 나아진 경기 운영능력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경기가 고프와의 ‘리턴 매치’였던 준결승전이다. 사발렌카는 5-2로 앞서 있던 1세트에 5-6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예전의 사발렌카라면 순식간에 무너질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가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고, 기세를 몰아 2세트도 6-4로 승리했다. 지난해 US오픈 결승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사발렌카는 “(지난해 US오픈 결승전 후) 나는 라켓을 부수고 있었다. 정말 미쳤었다”며 “그러나 이후 좀 더 마음을 통제할 수 있게 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이 (4개월간 생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내 서브에서 득점을 못하거나, 누군가 내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더라도 예전처럼 미쳐 버리지 않는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싸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한국일보